2년 남짓 함께했던 62s를 결국 팔아버리고야 말았다.
닉네임 "야스실버".. 풀네임 "Yamaha Alto Saxophone 62 Silver (S/N : C24429)"
2006년 T-Square의 콘서트에서 Itoh아저씨가 검은 정장에 은색 섹소폰을 연주하는 모습에 홀딱 반하여..
인터넷 쇼핑하듯 겁도없이 덜컥 사버렸던 나의 첫 섹소폰..
음악에 대한 기본지식도 없으면서 꼴에 퓨전하겠다고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면서 시끄러운 음악만 불어대고,,
스퀵이 날 때마다 주둥이 탓은 안하고 악기 탓만 했었지,,
합주는 많이 다녔으면서도 제대로 된 공연한번 못하고 팔아버린 게 정말 아쉽다..
때론 연습하기 싫을 정도로 열심히 광내준 덕분인지 오히려 자기 몸값을 올려놓고 좋은 주인에게 가버렸다.
악기를 내 손으로 산 게 처음이었고, 팔아본 것도 처음이었는데,,
다들 왜 악기를 '시집보낸다'고 표현하는지 그 느낌을 알만 하겠더라..
정들었던 고녀석을 쥐고가시는 새 주인을 끝까지 바라보지 못했다는 건 꾸며낸소리 아니냐 하시겠지만,, 뭐 난 진짜 그랬으니까..
이녀석 덕분에 좋은 인연들도 만났었고, 잊지 못할 추억들도 많이 쌓았다.
또 그 무엇보다 큰 깨달음을 얻었다.
'건전한 취미가 삶에 얼마나 큰 활력을 주는 지'
'음악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지만 열정을 부추기는 그 무언가가 있고, 이것이 사람들을 얼마나 설레게 하는지'말이다..
이런 깨달음을 중,고등학교 음악시간에 배우지 못한 것은 대한민국이 미운 또 하나의 이유이다.
새로 입양한지 이제 곧 1달이 되어가는 Mark 7
닉네임 "세븐".. 풀네임 "Selmer Mark Seven Alto (S/N : M.273033)"
섹소폰을 부는 모든 사람들은 넥에 있는 저 파란 바탕의 'S'문양을 꿈꾼다.
France,, Selmer,,, 그리고 그 밑에 선명하게 새겨진 M7..
마사토 혼다의 섹소폰으로 더욱 잘 알려진,, 마크7..
지금 내 옆에 있지만 감히 내 악기라고 함부로 말할 수 있을지,, 사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1977년생으로 주인보다 지긋하니 그럴만도 하다.
셀머악기는 야마하에서 느낄 수 없는 특유의 '울림'을 가지고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야마하는 '디지털 음'이고, 셀머는 '아날로그 음'이랄까..
야마하에는 일본 특유의 '각'이 있다.
모든 음에서 일정하고 정확한 소리가 난다.
음이 바뀌면 자로잰듯한 직각모양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느낌이다.
반면,
셀머에서는 유럽 특유의 '감'이 있다.
각 음마다의 고유의 진동이 느껴진다.
식스에서는 그 진동이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연주자에게 돌아오며, 세븐에서는 그 진동이 사방으로 뻗어 나간다.
62s에게는 미안하지만 고음에서의 안정성은 정말 감동적이다.
F#에서 자신있는 텅잉이 절로 나온다... 벨의 구경도 넓어 두꺼운 리드도 부담이 덜되어 소리는 그 파워를 주체하지 못한다.
저번주 연습실에서 연습하다 맞은편 노래방 주인아줌마가 다른 사람은 아닌데 유독 그놈 악기 소리가 크다며 눈치를 주시는데
어찌나 상쾌하던지..
이제 하루 2시간씩 이녀석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일상이 들뜬다.
직접 표현할 수 없는 내 생각을, 내 감정을, 진심으로 하고싶은 말을,,
이 악기로 표현해보고싶다.
내 평생악기!
잘 부탁해!
PS) 티스토리 방문자 통계가 업데이트 후 제멋대로다..
오늘 방문자가 어제 방문자로 '이일(?)'이 안돼...-_ㅡ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