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이나 과제물을 쓸 때 가장 어려운 점이
'조선말 만으로 배운 전공용어들을 어떻게 구미식으로 번역하느냐'이다.
특히나 일본에서 학위를 하신 석사지도교수님 덕분에
조선말로도 어색한, 어쩌면 우리만 썼었을
한문식 전공용어들을 많이 주입받았다.
다행히 그 중 몇몇은
논문이나 책을 읽어가며 적합한 영문표현을 알아냈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표현되지 못하는 한많은 지식으로 머리속에 갖혀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자주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던 용어가 바로
'대상론'과 '수법론'이었다.
논문이나 프로젝트의 서론에서
현재 누군가의 연구방향을 기술할 때 꼭 필요한 용어인데
당췌 그 표현을 알지못해 끙끙 댔었다.
그러던 중
결국 적합한 표현을 알아냈다!
'대상론' <=> 'descriptive' approach / theory
'수법론' <=> 'prescriptive' approach / theory
여러 곳에서 이 의미로 여러 단어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이 두 단어는 꼭 포함시키고 있다.
반갑다. 진심으로.
맞고 틀리고의 문제를 떠나
학문을 한다는 사람들에겐
글로벌 스탠다드인 구미식 표현을 아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이유는
첫째로, 사전에 이 뜻들은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한글표현으로 추측하거나 검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둘째로, 이 뜻을 모른채로는 논문을 이해하거나 토론에 참여할 수가 없다.
보통 이런 전공용어들은 평소 다른 의미로 쓰던 쉬운 단어인 경우가 많다.
결국 그 의미를 다르게 이해하는 데 오히려 더 큰 어려움이 따르고,
이 단어 하나가 '?'로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하는 순간, 전체 흐름은 눈에서만 스쳐갈 뿐이다.
셋째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개념정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짧지않은 학문질을 하면서, 이 분야의 지도를 머리속에 그려넣어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되었다.
아무리 새로운 연구들이 쏟아져 나와도 각각의 내용을 특정 분야로 분류 할 수 있으면 무서울 것이 없다.
여기서 이 특정분야를 '정의'하는 것이 결국 전공용어(jargon)다.
이 전공용어는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끼리 공유하는 키워드다.
유학나와 '연구를 안하는' 누구덕분에 내 머리속 지도를 거의 새로 그려야 했다.
3층에 있어야 할 카테고리가 옥상에 있어왔고,
단순한 가지 한 부분을 뿌리로 알아왔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언어에 그런것은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고, 그 조차도 항상 변하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쓰레빠에 츄리닝 꼬라지로 짜장면'을 먹고있다면
'슬리퍼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자장면'을 먹으면서 그들과 어울릴 수 없다.
통하려면 통하는 말을 알아야 한다.
PS>
뿌듯함에 시작한 글인데
결국
나 지금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Ph.D nerd에게
이런일 외에는 낙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