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상하리만치 자주
종교에 대해 생각 할 기회가 많아졌다.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아주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보는 습관이 생긴 듯 하다.
난 독실하지는 않지만 '천주교' '신자'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였던가..
세례를 받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현재 일요일이면 별(?) 일이 없는 한(?) 성당에 나가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난 성경,, 그러니까,, 바이블 스토리에 관심이 없다.
그 분의 존재?
글쎄,, 아직 모르겠다.
단지 그냥 믿고 마는 게 편할 때가 종종 있다는 것을 느끼는 정도?
성당에 가면 이것저것 외울 것이 많다.
아직 남들보다 먼저 외칠 자신은 없지만,
대강의 내용은 반복의 힘인지 나도 모르게 따라 외고 있다.
미사 중 두꺼운 성가집에서 4곡 정도를 골라 부르는데,
종종 귀에 익은 곡이 선곡되기도 한다.
별 관심도 없던 것들에 익숙해져버린 꼴이다.
하지만 나에게 성당의 의미는 꽤 크다.
성당에 가면 지난 한 주를 돌아본다.
미워했던 사람의 얼굴이 불현듯 떠오른다.
반대로, 고마웠던 사람들도 부지런히 떠오른다.
가끔은 얄미운 줄 알았는데 보이지 않았던 면을 이제와 생각해보니,
나를 배려해줬던 사람들의 깊은 뜻을 알아차리기도 한다.
알고서도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내 마음 좀 알아달라고 한 번 더 소심하게 기도만 하기도 하고,
모르고서 내질렀던 내 말들을 입장바꿔 되새겨 보기도 한다.
일주일 간 목매달았던 목표들을 아주 먼 인생의 목적에 갖다대고 나름대로 평가도 내려본다.
남들의 기도 속에 등장했던 내 모습에 대한 답장도 잊지 않는다.
,,등등등,,
'지난 한 주'를 정리하고 나면
숨가쁘게 '다음 한 주'를 바라본다.
지난 주에 나를 미워했던 사람들이 오해를 풀기를..
고마웠던 사람들이 더욱 여유롭게 나를 반겨주기를..
내가 몰라서, 내가 잘못알아서, 내가 게을러서, 내가 개념없어서,,,,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상황이 지난 주보다는 줄어들기를..
뜻하지 못했던 행운보다는, 적어도 다음 주에는 맞이해야 할 일들이 꼭 펼쳐지기를..
주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행복이 더 많이 주어지기를..
,,등등등,,
이렇게 반성하고, 다짐하고 성당을 나오면
성당을 가지 않았던 주보다,,
성당을 한 동안 나가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다른 나'를 마주하게 된다.
종교가 거짓이든, 소설이든, 사기든,
내가 그걸 믿는 한 내가 바뀐다.
그럼 이게 진짜인거다.
그럼 구지 성당을 가는 이유는 뭐지?
글쎄다..
성당에 가면 위의 행위들이 좀 더 수월해진다랄까?
쉽게 내 자신이 차분해진다.
한동안 눈감고 생각을 해도,
그 누구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
나만의 세상에 있다가 주위를 둘러봐야하는 뻘줌함도 없다.
성당은 나에게 그런 장소다.
물리적인 환경에 독립해서 내 생각이 자유롭게 날아다녀야 할진대,
아직 그 수준에 못미쳐,
원하는 환경을 찾아가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