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ie Cole




지난 달 Jim Hall 아저씨의 비보를 통해 재즈 1세대의 퇴장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떠나간/떠나가고 있는 것들에 대한 과대평가는 인지상정이라지만,

테크닉으로 무장한 현대재즈가 창의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특히나

1세대 비밥연주자들의 퇴장은 개인적으로 그 아쉬움이 더 크다.

내 귀에 비밥으로 들리는 솔로를 그려내는 섹소폰 연주자를 차세대에서는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밥장르 자체가 퇴장하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화성학적 해석을 통해 그 본질에서 멀어져가는 재즈를 보고 있노라면 

기존의 현상을 이론화 시키기는 쉬워도 이론을 바탕으로 새로운 현상을 창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 같다.

과연 창의력의 밑천이 되어야 할 지식의 습득과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Whitehead 나와라 오바!


재즈 거장들의 퇴장을 접하는 내 자신이 너무나 애처로워

한 해를 정리 할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지난 연말 

꽁꽁 얼어버린 도시 속의 작은 재즈바로 도망치듯 향했다.


한국에서 우동을 먹기 위해 일본을 다녀오는 사람의 심정이랄까?

Richie Cole을 만나기 위해 4시간을 날아 가보자라는 충동적 결정은

공연 내내 나를 더욱 예민하게 만들어 주었다.


재즈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막연한 환상은

'이 험난한 과정을 넘어서면 콧노래처럼 악기로 솔로를 할 수 있겠지,, 정말 멋지겠다.'였다.


그런데

비밥이라는 장르의 최고자리에 오른 Richie Cole의 모습은

여느 아마추어 연주자와 다름없이

재즈와 치열한 전쟁 중이었다.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던 실수에 악기를 집어던지려하며 짜증을 내고,

'그거 뭐더라?' '이렇게 해보자!'라며

동료 연주자들조차도 어리둥절해하는 변곡을 공연 중 끊임없이 시도했다.


무언가를 잘하게 되면 그것을 즐기고 있을 것이란 환상을

다시 한 번 깨뜨릴 수 있었던 

짧지만 유익한 여행이었다.